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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선가시

 

살다보니 삼켜야 할 것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.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이제서야 새삼 깨닫는다. 내가 어쩔 수 없던 것들, 내 손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것들. 하지만 나도 괴로워해야 하는 것들.

이리저리 쥐고 돌려보아도 삼키고 넘겨서 저 밑으로 가라 앉혀야 하는 것들이다.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고 극적으로 나아질 수 도 없는 것들이다. 지금처럼 괴로울 뿐이다. 하지만 내려가기는 커녕 좀처럼 목구멍으로 넘기기도  쉽지 않으니 머리만 내젓는다. 되짚어보면 나는 삼킬 줄도, 삭힐 줄도 모르고 살아왔다. 제 좋을대로 살아왔다.

머리가 지끈거린다. 영하의 날씨, 해가 중천일 무렵부터 시작된 두통은 나아지질 않는다. 헐떡이는 가슴이 부담스럽다. 그래도 다행인 건 술에 적셔 날리진 않았다. 희석시키지도 내뱉지도 않았다. 이대로 차분히 삼키기만 하자. 가라앉은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를 만들 것 이기에. 삼키고 가라앉히자. 뭐 결국엔 똥 되겠지만.